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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을 사랑한 '파김치' 박관태 고대병원 교수

Cien 2013. 5. 30. 09:57

단짝 친구의 유언과 약속으로 몽골서 2천500여건 수술

"수술 차량 만들어 중앙아시아 누비며 치료하는게 꿈"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몽골에 가면 저는 '파김치'가 됩니다. 몽골어로 의사가 임치(Emchi)라서 환자들이 저를 부르면 꼭 '파김치(박임치)'로 들립니다."

30일 자타가 공인하는 '몽골통' 박관태(43) 고려대 안암병원 장기이식센터 부소장은 이렇게 자신을 소개했다.

지난 2001년 4월부터 4년 동안 몽골 울란바토르 연세친선병원에서 의료봉사를 한 박씨는 2천500여건의 수술을 하며 열심히 몽골인을 돌봤다.

박씨는 2005년 귀국 후 지금까지도 매년 수차례씩 몽골을 찾아 의료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덕분에 몽골에서 "아픈 사람이 있으면 한국에 가서 몽골말 잘하는 '박임치'를 만나면 살 수 있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유명인사가 됐다고 한다.

박씨가 몽골과 각별한 인연을 맺은 것은 단짝 친구와 꿈을 나누면서부터다.

의대 입학 동기인 심재학 씨와 "의사가 되면 함께 몽골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하자"고 약속하며 꿈을 키웠다.

그러나 심씨는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1999년 11월 악성림프종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박씨는 "재학이가 '내 몫까지 해달라'고 유언을 남겼다"면서 "친구의 죽음과 유언이 큰 부담감으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곧 몽골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2002년 12월에 몽골에서 최초로 복강경 수술(복부에 작은 구멍을 내고 하는 수술)을 집도했다.

"조그만 구멍을 뚫고 복강경을 넣어서 수술하는 모습을 보고 몽골 의사들이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복강경 수술을 열심히 신나게 하다 보니 유명해졌고 나중엔 대기환자가 100명이나 줄을 섰습니다."

몽골 의사들에게도 복강경 수술을 전수했다. 몽골 국립의대 외과 주임교수와 도립병원 외과 의사들도 그의 제자가 됐다.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박씨는 2005년부터 이 같은 생각으로 몽골뿐만 아니라 중국, 파키스탄, 캄보디아 등 8개 나라를 돌며 복강경 수술을 보급했다.

몽골 의료 봉사를 시작으로 그는 '봉사 중독자'가 됐다.

2005년부터 하루도 개인의 휴식을 위해 휴가를 쓴 적이 없다는 그의 달력에는 다음 달 현충일 연휴와 7월 휴가는 몽골, 8월 광복절 연휴는 미얀마, 9월 추석연휴는 카자흐스탄 등 의료봉사 일정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지난번 아이티에 의료봉사를 갔을 때 '한국전쟁 때 너희가 우리나라를 도와줘서 지금 이만큼 일어설 수 있었다. 이제는 우리가 너희를 도울 차례니 힘내고 일어서라'는 메시지를 전했더니 그곳 사람들이 감동해서 목놓아 울더군요."

그는 "이런 말을 해줄 수 있는 나라는 세계에 우리나라밖에 없는 것 같다"며 "국제 사회도 우리나라에 기대하는 것이 있고 우리에게도 사명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는 8월 그는 가족과 함께 몽골로 들어간다. 몽골 정부가 민간병원 설립 사업을 진행하며 고려대 의료원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적임자로 꼽힌 것.

그는 "이번에 몽골에 가면 최소한 2년에서 4년은 있게 될 것 같다"며 "몽골에 장기이식 의술을 전수하고 좋은 의사들을 양성하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용 검진 차량과 치과 차량은 있는데 이식수술이 가능한 수술 차량은 없다"면서 "앞으로 '수술 차량'을 만들어 중앙아시아를 누비며 평생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