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기사모음-

생면부지 백혈병 투병 대학생에 골수기증 경찰관

Cien 2014. 1. 20. 17:52

백혈병 친구 떠나보내고 결심…"세상은 나눌 때 행복"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지난 15일 서울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 소속 윤희건(29) 순경은 가톨릭대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윤 순경의 조혈모세포(골수)가 급성 백혈병을 앓는 한 20대 대학생과 99% 일치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지난 2006년 군 복무를 하면서 골수 기증 신청서를 작성했는데, 8년 만에 이식할 수 있는 환자를 찾은 순간이었다.

↑ 생면부지 백혈병 투병 대학생에 골수기증 경찰관 (서울=연합뉴스) 서울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 소속 윤희건 순경이 조혈모세포(골수) 기증을 위해 혈액을 채취하고 있다. 윤 순경은 급성 백혈병을 앓는 한 20대 대학생을 위해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기증하기로 했다. 윤 순경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학생이지만 꿈도 제대로 펼치지 못한 채 세상을 뜬 친구 생각이 나서 골수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2014.1.20 << 사회부 기사 참조, 마포경찰서 제공 >> photo@yna.co.kr

골수기증자와 환자의 조직적합성 항원(HLA)이 일치할 확률은 형제·자매가 25%, 부모가 5% 이내이고, 직계 가족이 아닌 경우에는 2만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희박하다.

비록 단 한 통의 전화였지만 윤 순경은 주저 없이 이식 수술을 받기로 결심했다.

그가 생면부지의 환자를 위해 골수를 이식하기로 한 것은 어릴 적 가장 친했던 친구를 저세상으로 떠나보내야 했던 아픈 경험 때문이다.

윤 순경은 20일 "고등학교 때 가장 친했던 친구가 급성 백혈병에 걸려 1년도 안 돼 생을 마감했다"며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학생이지만 꿈도 제대로 펼치지 못한 채 세상을 뜬 친구 생각이 나서 골수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수술을 하면 며칠 아프고 말겠지만,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병마와 싸울 환자를 생각하니 수술에 대한 두려움도 금방 사라지더라"며 멋쩍어했다.

골수 이식 수술 예정일은 다음 달 17일이다.

윤 순경의 사연은 동료 경찰관이 서울경찰청의 내부 포털게시판 '칭찬 메아리'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세상은 나눌 때 행복해 지는 것 같아요. 제가 대단한 일을 한 것은 아니지만 작은 나눔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새로운 삶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