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우리조국-
조국의 영공을 지키는 전투조종사의 애환
Cien
2007. 11. 18. 22:50
<잔잔한 감동 던져준 `조종사의 애환'>
연합뉴스기사입력 2007-10-25 17:48 최종수정2007-10-26 13:02
김송자의원 국감장서 전역조종사 편지 낭송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20대의 젊은 나이에 날마다 죽음을 준비하고 사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중략)..부부관계 조차도 다음날 비행시간을 봐가면서 해야 합니다."
"비행장 소음 때문에 못살겠다고 많은 사람들이 보상하라고 말하지만 공군 가족들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 소리를 듣습니다. 하지만 그 소음을 사랑하며 살고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그 소음이 들리지 않으면 어디서 비행사고라도 난 것이 아닐까 가슴 졸이게 되기 때문입니다."
13년간 영공방위 임무를 수행하다 지난해 전역한 한 공군 전투조종사의 고백이 눈길을 끌고 있다.
예비역 공군 전투조종사가 전투기 조종사의 애환과 올해 정비불량으로 인한 전투기 추락사고로 큰 파고를 겪은 공군에 격려를 당부하는 편지를 최근 민주당 김송자 의원에게 보낸 것이다.
김 의원은 이 편지를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의 공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 공개해 국방위원들은 물론, 군 관계자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예비역 조종사는 편지에서 "제 집사람은 꿈자리가 사납거나 아침에 접시라도 깨는 날에는 하루 종일 마음을 졸이며 남편을 기다리고 바가지라도 긁은 다음날에는 죄책감에 시달리기까지 했다. 이것이 조종사들의 삶의 이면"이라고 말했다.
또 "영공방위 임무를 수행하다 사고로 순직한 동기생의 영결식장에서 아버지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멀리 떠나간 것도 모르고 천진스럽게 웃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저의 가슴은 한없이 슬프고 멍들어 갔다"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 비행중 죽음의 문턱을 수없이 들락거렸으며 가족 간의 작은 행복보다도 항상 비행이 먼저였다"며 "그러나 조종사들에게는 지켜야 할 조국의 하늘이 있고 그래서 충성심 하나로 긍지와 자부심을 키우며 살았다. (공군에 몸담은) 총 17년간의 저의 젊음도 공군과 늘 함께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이 같은 충성심과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도 진급 문제라는 현실의 벽이 다가왔다.
그는 "조종사들은 어떤 어려움에도, 어느 누구에게도 단 한번 져본 적이 없이 살아왔고 그래서 전투조종사가 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저에게도 진급전쟁의 낙오는 막을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이는 진급 문제 등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어떤 이는 가족의 권유로, 또 어떤 이는 경제적인 문제로 전역하게 된다"며 "하지만 전역자들도 하늘을 사랑하고 전투조종사의 사명을 잊지 않고 있다"며 공군과 조국에 대한 진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올해 정비불량으로 인한 전투기 추락사건으로 몸살을 겪은 공군에 대해 "전 공군인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할 수 있다"며 "책임이 큰 만큼 잘한 것은 드러나지 않아도 실수는 크게 드러난다. 지금이 바로 공군에 대한 격려가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이 예비역 전투조종사의 편지를 국감장에서 차분한 목소리로 한 줄 한 줄 읽은 뒤 김은기 공군총장에게 "위로가 되느냐"고 물었고 김 총장은 "고맙다"고 말했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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