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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저에게 취미가 뭐냐고 묻는다면 자신있게 '음악감상'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만큼
나름 다양한 음악, 많은 음악을 듣는 편이지만, 제 음악감상의 스펙트럼에 있어서 유독 쥐약인
파트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클래식입니다. 어렸을 때 잠깐이지만 피아노 학원을 다니면서
클래식에 친숙해졌고, 분명 클래식 중에서도 좋아하는 곡이 있으며 베토벤의 교향곡 '합창'의
하이라이트 부분에서는 전율까지 느끼는데 왜 음악감상 시에 클래식을 멀리하게 되는지 나름
분석을 해보자면....
첫째, 클래식 감상이 그냥 취미 생활이 아니라 공부같이 느껴질 때가 많다는 점인데요, 이는
학창시절 음악시간에 주입식으로 배우는 클래식 지식, 그리고 TV의 퀴즈쇼나 각종 상식시험에
클래식만이 '상식'으로 취급되는 현상에 기인한다고 봅니다. 또한 음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대중음악처럼 딱 떨어지는 제목이 없는 클래식의 난해한 음제도 장애가 되곤 합니다.
음악 자체의 호불호를 떠나 일단 클래식을 대하는 자세부터 쉽지 않다고 할까요.
둘째로는 음악 자체의 길이가 현대인들에게 너무 길게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이는 대중음악 시대에서
3~5분 단위의 음악에 귀가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수십분에 이르는 클래식은 아무래도 각잡고 들어야
된다는 인상이 강한듯 합니다. 즉 가볍게 듣기 힘든 음악이라는 점, 이게 치명타죠. 특히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하이라이트 부분 위주로 듣기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합니다. 물론
클래식은 기승전결이 잘 갖춰진 음악적으로 훌륭한 구조를 갖고 있지만, 대중음악에 익숙한 현대인
(저도 포함ㅋ)에게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요소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점점 클래식이 기능성 음악으로 분류되는 현상입니다. 즉, 이동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가볍게 감상하는 음악이 아닌 태교나 공부, 작업을 위한 집중력 향상, 고풍스러운 행사의 배경음악 등에
클래식의 기능이 강조되면서 이제는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어 버린 셈이죠.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사실! 이러한 클래식의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한 파격적인 음악. 바로 블로그
이웃이신 스토코프스키 님께서 소개해주신 Hooked on Classics라는 크로스오버 클래식 앨범입니다.
일단 들어보시고 어떤 음악인지 느껴보시길 ㅋㅋ
Hooked on Classics 시리즈는 1981년 영국의 Louis Clark라는 음악가가 다양한 클래식에서
아주 유명한 부분(Hook)만을 추출하여 자신만의 스타일로 편곡한 것을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Royal Philharmonic Orchestra가 직접 연주한 음악입니다. 1980년대 당시 영국에서 대중음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었고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클래식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해
유명 음악가와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라는 정통성 있는 클래식 플레이어에 의해 이런 크로스오버
음악이 탄생한 것이죠. 디스코가 절정이었던 당시의 시대상황과도 잘 맞아떨어진 이 앨범은 그야말로
대히트를 치면서 클래식을 기반으로 한 앨범으로는 이례적으로 빌보드 차트 앨범 부분 4위에 오르며
새로운 역사를 썼습니다. 이러한 상업적인 성공을 기반으로 십수년에 걸쳐 후속작으로 총 4장의
정식 앨범과 몇 장의 컴필레이션 앨범이 쏟아졌습니다.
- Hooked on Classics
- Hooked on Classics 2 - Can't stop the Classics
- Hooked on Classics 3 - Journey through the Classics
- Hooked on Classics 4 - Baroque
- The Classics In Rhythm
각 앨범에는 열개 내외의 트랙이 있으며, 그 중에서 제가 즐겨듣고 있는 8개의 트랙을 선정하여
리스트에 담아봤습니다. 개인적으론 Hooked on Beethoven이 없어서 정말 아쉽더군요.
모차르트, 하이든, 바흐 다 있는데 어째서 베토벤이 없는 것일까?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ㅋㅋ
그나저나 하나의 트랙에 대충 몇 곡이 녹아들었는지, 어떤 곡이 숨어있는지 알아차리셨나요?
나름 찾아내는 재미가 있으니 카운팅 해 보시고 정답은 아래 요약글을 펼쳐서 확인하시길~
그렇습니다. 4~6분짜리 트랙에 10개가 넘는 Hook을 완벽하고 부드럽게 연결시킨 것이
이 앨범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앨범의 또 하나의 특징으로 베이스에 깔리는
드럼비트(LinnDrum이라고 하더군요)인데요, 쿵짝쿵짝 거리는 비트가 연속적인 곡의
흐름을 부드럽게 해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드럼비트에 익숙한 대중의 귀를
사로잡았다는 점에서 크로스오버의 첨병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럼에도 이 드럼
비트는 고풍스러운 클래식에 싼티를 입혔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이라
생각합니다. 정통성을 중시하는 몇몇 클래식 애호가들이 들으면 대노할 음악이랄까요 ㅋㅋㅋ
또한, 계속 듣다보니 제가 좋아하는 부분이 몇 초 사이에 훅 지나가면 아쉬움 비슷한 게 남는
단점이 있더군요. 예를 들어 베토벤 합창 부분 계속 이어서 듣고 싶은데 그냥 다음 훅으로
넘어가버리는 ㅋㅋ 이게 바로 메들리, 모음곡의 단점이죠.
하지만,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같은 품격높은 공연장에서 고매하게 듣는 음악, 최고급
음향 기기로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신성한 분위기에서 감상해야할 것 같은 음악이 아닌
운전 하면서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음악, 이동 중에 고개를 까딱이며 흥얼거릴 수 있는 음악으로
클래식을 대중의 귀로 넓게 퍼트렸다는 점에서 이 앨범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볍게 즐기는 클래식, 대중에게 한 발짝 다가선 클래식 Hooked on Classics.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정식 발매되지 않았더군요. 그래도 유튜브에서 충분히 들으실 수 있고, 블로그에도
몇 곡 세팅했으니 편하게 즐감하시길!
Parts 1&2 해답 영상! (몇 곡이나 아시는지?)
황소걸음님~
우아~너무너무 반가워요~
1983년도에 멕시코 Veracruz에서 Classic Tape1-3까지 구입하고,
그후 귀국해서 시리즈를 알아보니 없어서 완전포기 했었는데...
오늘 여기서 만나다니~
장기간 해외생활중 하루를 시작하는 기상나팔과 같았고, 또 하루를 마감하는 취침나팔과 같았습니다.
하루종일 들어도 지루하지 않고, 활력소와 같았으며,
취침시에는 이억만리 떨어진 가족들을 그리며 잠자리에 들었지요.
지난날의 추억을 되새기게 되며, 먼지자욱한 Cassette Tape를 꺼내어 보고,
온가족이 좋아하던 이 음악을 듣기위해 고장난 Cassette Deck도 수리해야되겠고...
CD 구매도 알아봐야겠군요. 감사한마음으로 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