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뉴시스】장지승 기자 = 경북 고령군 고령읍에서 홀로 사는 김모(82) 할머니는 뒷산에서 캔 나물을 판 쌈짓돈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지난 15일 마을에서 관광버스를 대절해 야유회를 간다는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에 나들이 행차에 나서게 됐다.
그런데 혹시 '집을 비운 사이 집에 모아둔 생활비를 누군가 훔쳐가지는 않을까? 며칠 후 남편 제사비용으로 써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마음에 걸려, 전 재산인 116만2000원을 복주머니에 담아 가져가기로 하고, 관광버스에 올랐다.
야유회 당일 오후 12시께 김 할머니는 울산 동구 방어동의 슬도공원을 방문하고, 근처 횟집에서 식사한 뒤 다음 코스 방문을 위해 고속버스에 탑승하려고 하는 순간 허리춤이 허전한 것을 느꼈다.
현금을 두둑하게 담아온 복주머니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됐다.
할머니는 전 재산을 잃어버렸다는 충격에 버스 안에서 통곡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오후 2시께 방어진 슬도공원 주차장에서 다행히 복주머니를 발견했다는 주차관리원 김모씨의 신고를 접수한 울산 동부경찰서 생활질서계 분실물 담당자 손주은 경장은 습득품을 인계받았다.
그러나 복주머니에 인적사항 등 소유자 단서가 없었다.
손 경장은 '이런 복주머니는 보통 어르신들이 사용하시니까 단순히 인터넷으로 공고만 내는 방법으로는 전달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손 경장은 직접 습득한 장소에 가서 현장주변을 수소문하고 '복주머니 분실자를 찾습니다'라고 쓴 전단을 배부하기도 했다.
또 습득자와 주변 핫도그 행상, 낚시꾼, 해녀 등을 상대로 탐문한 바 "어제 어르신들을 태운 관광버스가 오전에 도착해 점심시간 이후에 출발했다"는 말을 들었다.
손 경장은 어르신이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을 걸로 추정하고, 주변 횟집 등 5곳을 방문해 할머니 관광객들이 '동진일송초장집'에서 미리 예약하고 단체식사를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초장집에서 관광버스 기사 연락처를 파악해 전화해보니 "어제 한 할머니가 복주머니를 잃어버리고 버스 안에서 통곡했다"라는 말을 들었다.
손 경장은 할머니 통장 계좌번호를 알아낸 뒤 116만2000원을 계좌이체하며 '할머니 쌈짓돈 찾기 임무'를 마무리했다.
17일 울산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사무실에서 형식적인 서류작업으로 처리했더라면 절대 찾을 수 없었던 소중품을 내근 직원인 담당자가 직접 현장에 출동해 더운 여름날 땀을 뻘뻘 흘려가며 찾아줬다"며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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