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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삶터-

[내집마련] 1억으로 완성한 '달인' 김병만의 꿈과 삶이 담긴 집

1억으로 완성한 '달인' 김병만의 꿈과 삶이 담긴 집

 

매번 새로운 정글에서의 집 짓기를 통해 '집 짓기 달인'이 된 김병만. 그가 정글이 아닌 경기도 가평에서 설계부터 완공까지 직접 참여한 집 짓기에 도전했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살고 싶은 집에 대한 진지한 고민 끝에 완성된 예쁜 이층집이다. 그가 자신처럼 '나만의 집 짓기'를 꿈꾸는 이들을 위해 누구나 '싸고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는 노하우를 공개한다.


 


살고 싶은 집, 삶을 세우다

최근 들어 자신의 생활과 취향을 오롯이 반영한 '내 집'을 직접 짓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누구나 어린 시절 한번쯤은 도화지 위에 멋진 집을 그려보며 미래를 꿈꿔본 경험이 있듯이, 결국 사람들은 집을 통해 원하는 삶을 만들어나가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직접 지은 집'은 스스로 살고 싶은 삶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개그맨 김병만(39)에게도 '내 집을 내 손으로'라는 목표는 언젠가는 꼭 이루고 싶은 절실한 것이었다. 넉넉지 않았던 집안 형편 탓에 어릴 때부터 변변한 자신만의 공간을 가져본 적이 없던 그다. 한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수십 번씩 이사를 다니며 셋방살이를 했고, 개그 무대에 서기 위해 서울로 온 이후에도 쪽방을 얻어 생활했다. 이후 '달인'으로 어느 정도 인기를 얻고 나서야 겨우 전셋집으로 옮길 수 있었다. 그래도 그 집들은 김병만에게 늘 휴식과 위로를 주는 곳이었다. 비록 넓지도 멋있지도 않았지만, 언제나 한계를 모르고 열정적으로 뛰는 그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곳. 일찍부터 가슴으로 집의 의미를 깨달았던 그는 자연스럽게 '나만의 집'을 그려보게 됐고, 꾸준히 남다른 관심을 키워왔다.

사실 어린 시절부터 궁금한 것은 무엇이든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리던 호기심 많던 그는 모험기를 읽고 나면 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 불을 피워 물고기를 구워 먹고 나무 위에 집을 지어 스스로 '정글 체험'을 하던 아이였다. 목수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미장, 벽돌쌓기, 우물 파기 등 웬만한 일은 다 경험해보고 온몸으로 익히며 자라났다. 이미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와 단둘이서 직접 시멘트와 모래를 섞어 집을 지어 보기도 했다. 비록 빚을 갚느라 몇 개월 살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그는 아마도 그때, 나중에 크고 좋은 집을 지어서 '내 가족'을 편안하게 지내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개그맨이 된 후 번 돈을 모아 시골에 땅을 샀던 것도 집을 지어 부모님께 선물하려 했던 것인데, 아버지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뜻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 아직도 아쉬운 점으로 남아 있다.

어쨌든 아버지 곁에서 집 짓는 일을 거들던 의욕 넘치던 소년은 집에 대한 관심을 놓지 못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정식으로 공부를 해보는 게 어떠냐는 주변의 조언에 따라 지난 2010년에는 건축공학과 대학원에 진학했고, 이제는 단순히 '집을 짓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닌 사람과 공간을 생각하는 건축의 매력에 풍덩 빠져버렸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가'부터 고민하게 만든 '1억 주택 프로젝트'에 뛰어들기로 했다. "직접 집을 지어보자"라는 제안을 듣자마자 가슴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꿈틀하는 기분이었다. 어렸을 적 아버지를 도와 집을 지었던 것처럼 전주에 계신 어머니께 집을 지어드리고, 동료들과 선후배들이 관객들과 마음껏 호흡할 수 있는 개그 전용관도 세우고, 정글을 다니며 그 필요성을 느꼈던 현지에 작은 학교를 지어주는, 그런 막연한 바람들을 실현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만 같았다.

 


누구나 가능한 '내 집 짓기'

돌이켜보면 김병만의 인생에서 그저 쉽고 순탄하기만 한 길은 없었다. 똑같은 것도 언제나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배는 더 애써서 얻어낼 때가 많았고,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일조차도 끝까지 밀어붙이고 견뎌서 이뤄내곤 했다. 지금의 그를 있게 한 '달인'이 된 것도 그렇게 매진했던 결과다. 개그를 선보이기 위해 온갖 재주를 익히고 수많은 과제에 도전하며 몇 개월씩 땀 흘리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동안 김병만이라는 이름은 곧 '달인'이 됐다. 때로는 감동스러울 정도로 열정적인 그의 노력은 '1억 주택 프로젝트'에도 똑같이 적용됐다.

전문가들과 함께 프로젝트의 첫 삽을 뜰 때부터 목표로 삼은 것은 최대한 표준화된 시스템으로 '싸고 좋은 집'을, 누구나 쉽게 따라서 도전해볼 수 있는 '롤모델'이 될 집을 만드는 것이었다. 1억 주택이지만 해야 할 공정을 생략하고 단가만 낮춰서 가격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튼튼하고 편리하게 잘 지어졌고, 또 친환경적이며 관리비도 적게 드는 에너지 절감형 고단열 주택이어야 했다. 자신처럼 스스로 '내 집 짓기'를 꿈꾸는 이들이 그 꿈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한발 앞에서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건축사·시공사 대표 및 여러 전문가들과 기획 회의 끝에 공사 기간, 인건비, 공정 과정 등을 두루 고려해 '고단열 에너지 절감형 콘크리트 2층집'을 짓기로 하고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집의 형태와 공간 구성은 모듈러 시스템을 적용해 건축주가 쉽게 설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를 축소화해 블록처럼 만들어놓은 모듈러를 원하는 자리에 놓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설계도를 보는 것이 익숙지 않은 일반 건축주들은 물론 이 분야에 아예 문외한인 사람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집의 기초 설계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육면체인 모듈러를 놓는 것만으로도 대략적인 건축비까지 계산할 수 있고, 설계에 들어가는 시간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보통 모듈러 하나는 13.2㎡(4평)다. 처음 김병만에게 주어진 면적은 표준 주택에 맞춘 모듈러 7개였는데, 그는 여기에 아내만을 위한 공간과 사춘기에 들어선 딸을 위한 테라스가 딸린 독립된 방을 더해 총 9개의 모듈러로 119㎡(36평) 이층집을 설계했다. 만들어놓고 보니 한글의 자모와 닮아 보여 집 이름을 '한글주택'이라 지었다. 취지에도 맞고 기억하기도 쉬운 이름이라며 모두 만족해했다. 전체적인 집의 형태와 외관, 각 공간의 구성 등을 결정하고 집의 성격에 따른 공법 또한 논의 끝에 직접 선택했다.

프로젝트 진행과 병행해 정글을 오가면서도 마음은 항상 현장에 있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현장으로 달려가 직접 굴삭기로 땅을 파내고, 기초를 보강하거나 지반의 지지력을 증가시키는 '지정' 작업을 도왔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거푸집 공사, 콘크리트 타설, 내부 공사 등 어느 곳 하나 그의 손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자연을 담은 온화한 인테리어까지도 그의 작품이다. 집 전체의 형태는 중정이 있는 ㅁ자 모양으로, 창을 건물 바깥을 향해 내지 않고 모두 마당을 향하게 한 것이나 넓은 마당에 앵두, 살구, 측백나무를 둘러 심은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흙을 밟고 자랐던 터라 가능한 한 자연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었으면 했다.

1억원의 예산으로 직접 자신이 살고 싶은 집을 짓는다는 것.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부터 진행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답답함, 한편으로는 놀라움과 즐거움 그리고 완성될 집에 대한 기대감까지, 수많은 감정을 안고 달려서 여기까지 왔다. 이제는 구석구석 땀과 열정을 담아 튼튼하게 세워낸 이 집에서 행복을 키워나갈 일만 남았다. 그리고 또 하나, 김병만의 도전 성공으로 '내 꿈이 담긴 집 짓기'를 희망하는 많은 이들이 좀 더 현실적인 용기와 도움을 얻게 된 데도 큰 의미를 둘 수 있겠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좋은 집'에 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김병만이 자신의 '한글주택'을 공개한다.


 

▲넓고 깔끔하게 설계한 현관

처음 집을 지을 때 습기에 대한 우려 때문에 집의 레벨을 지면에서 30cm 높여 지었어요. 그래서 집으로 들어오려면 계단이 필요하게 됐는데, 현관으로 들어설 때 공간이 좁으면 불편하잖아요. 양손에 짐이라도 잔뜩 들고 있을 때 좁은 공간에서 현관문을 열고 닫으려면 매우 힘이 들겠죠. 그래서 가능한 한 넓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현관으로 들어오는 부분에는 데크를 깔았고요. 데크는 장식적인 의미를 주기 위한 요소이기도 해요. 지열 보일러와 수도가 연결된 관이 집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 입구가 데크 아래쪽에 있거든요. 눈에 띄는 위치라 데크를 놓아서 가려주는 효과를 노렸죠. 집 외관이 훨씬 깔끔해 보이고 드나들기에도 편리해졌으니 일석이조 아니겠어요?


 

▲집의 중심이 되는 거실

현관을 들어서면 바로 거실이에요. 26.4㎡(8평)에 가까운 꽤 넓은 면적인데, 저는 이 공간이 손님방 역할도 겸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현관과 가까운 쪽엔 책꽂이와 소파를 두고, 마당 쪽으로는 숨겨진 침대를 둬서 평소에는 거실로, 손님이 왔을 때는 손님방으로 쓰려고 해요.

소파와 책꽂이가 있는 공간은 저희 집에서 가장 풍경이 좋아요. 1층의 거의 전부가 한눈에 들어와요. 소파에 앉으면 중정과 부엌이 한눈에 들어오고 마당의 풍경도 동시에 바라볼 수 있죠. 책꽂이와 소파의 일부는 제가 직접 만들었는데, 시간이 제법 오래 걸렸어요. 큰 작업보다 이런 작고 섬세한 일들이 오히려 정성과 시간을 더 필요로 한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죠. 소파는 그 아래 공간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앉는 부분을 뚜껑처럼 위로 열 수 있게 만들었는데, 무척 만족스러워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복도

거실에서 부엌으로 가기 전 복도를 지나요. 몇 걸음 안 되는 공간이지만 저는 이곳을 거니는 것을 무척 좋아해요. 빛이 사방에서 모이는 곳이거든요. 계단 사이로 난 창과 거실, 부엌 좌우에서 빛이 환하게 들어와요. 예전부터 집을 지으면 이런 느낌이 있었으면 했거든요. 한옥 툇마루에서 여유롭게 마당을 바라보는 느낌이랄까요.


복도에는 한글로 멋진 문구를 몇 개 새겨 넣었어요. '가화만사성', '소문만복래', '마부위침', '무병장수', '만사형통'이라는 글귀를 풀어서 걸었죠. 살면서 한번쯤 되짚어볼 만한 문구들인데, 이 복도를 오가며 저도 여러 번 읽어보고 또 저희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꼭 봤으면 하는 것들이에요.


 

 

▲아내를 생각하며 만든 부엌

복도를 지나 부엌으로 들어서면 아내가 원했던 공간이 나와요. 처음에는 ㄷ자 구조로 설계했다가 냉장고 위치가 애매해져서 일자형 부엌으로 모습을 바꿨어요. 가구의 배치나 색상은 아내가 직접 선택한 거예요. 일할 때 갑갑함을 느끼지 않도록 싱크대 앞에 창을 달았는데, 바깥 풍경이 바로 눈에 들어와서 마음에 청량감을 안겨줄 것 같아요. 창이 가까이 있으면 바람이 잘 통하기 때문에 설거지 후에도 습기가 빨리 말라 좋다고 하네요.


 

▲개방형으로 모던하게 만든 계단

맨 처음 설계를 의논할 때는 집 안에 다락방 같은 다양한 공간도 고려했어요. 하지만 비용을 생각하다 보니 많은 것이 없어졌는데, 2층집을 지은 덕분에 계단은 남았네요. 계단은 디딤판만 있는 개방형으로 만들고 난간을 따로 설치하지 않았더니 시원해 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죠. 물론 저희 집에는 어린아이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하지만 시공은 오래 걸렸어요. 철제를 가져와 현장에서 용접하면서 직접 짜 넣었기 때문이에요. 전문가들 말씀이 만약 다음에 한글주택을 지을 때는 아예 규격품으로 만들어 비용과 설치 시간을 줄일 계획이라고 해요. 한글주택은 수치 적용이 정확해서 그대로 작업만 해오면 문제없이 설치가 가능해요.


 

▲이웃과의 관계를 키우는 곳, 마당과 담

마당은 넓은 데크와 잔디밭으로 채웠어요. 데크 한가운데 중정이 있고, 그 안에 자작나무를 심었어요. 아직 어린 자작나무라 그리 크지 않지만 세월이 흘러 나무가 자라면 넓은 그늘을 선물해주리라 기대돼요. 마당에는 잔디를 깔고, 그 주위로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앵두와 살구 등의 과실수를 심었어요. 주변에서는 제법 괜찮은 소나무를 심어보라고도 하던데, 저는 어차피 소나무를 잘 모르니 좋은 것도 소용없을 듯해서 키 작은 소나무 한 그루와 화살나무, 철쭉, 단풍나무, 화양목 등 마음에 드는 것들을 적절하게 골라 심었어요. 담장가에는 키가 큰 측백나무를 촘촘히 심어 보기에도 좋고 적절히 프라이버시가 보호되게 했어요.


 

▲김병만의 '한글주택' 결산

대지 위치_

경기 가평군 설악면
건축 비용_시작부터 '1억으로 집 짓기'를 목표로 도전한 프로젝트였고 목표 달성을 위해 설계부터 공법 선택, 시공까지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협업했다. '1억 주택'이 되기 위해서는 3.3㎡(1평)당 공사비를 3백50만원대에 맞추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으나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조립식 주택도 그 정도가 나온다고 하니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한글주택은 이 프로젝트를 알리기 위한 샘플 하우스의 역할도 있었고, 김병만의 요구로 면적을 넓혀 119㎡로 지어 그만큼 공사비가 올라갔다. 그 부분을 감안하고 보면 결과적으로 도전에 성공한 셈이다.

  • 레이디경향
  •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제공 / 드림데이 ■취재 협조 / 발트하임 ■참고 서적 / 「집 꿈꾸다 짓다 살다」(김병만, 드림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