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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자 세계로-

[스크랩] `난치병 치료` 희망안고 `몽골서 온 소녀`



 

몽골어로 ‘아름다운 별’을 뜻하는 구마랄(13). 예쁜 여자 이름을 가지고 태어난 이 아이가 악성종양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7살 때 신경모세포증인 소아암 판정을 받은 구마랄은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있는 암센터에서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복부 중앙에 퍼져 있는 종양을 모두 떼어내는 일이 쉽지가 않아 종양의 일부만 제거했지만 구마랄의 어머니는 아이가 완치된 줄로만 믿고 있었다.


 

수술 뒤 학교에 다니며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듯 보였던 구마랄은 지난 2월 갑작스럽게 복통을 호소하고 구토를 했다. 배를 부여잡고 통곡하는 아이를 위해 어머니가 손 쓸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6년 동안 방치한 종양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구마랄의 몸 안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구마랄은 지난달 14일 몽골 월드비전 날라이흐 2 사업장의 안내로 엄마와 함께 한국에 올 수 있었다. 병을 고칠 수 있다는 푸른 희망을 가지고 생전 처음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한국. 구마랄은 부천에 있는 순천향대학병원으로 바로 옮겨졌지만, 태어나고 자란 몽골을 처음으로 벗어났던 터라 모든 것이 새로웠다.
층층이 헤아릴 수 없는 높은 건물을 쳐다보며 고개가 아프기도 했지만 그보다 신기했던 건 따로 있었다. 바퀴달린 링거액을 매달아두는 거치대였다. 몽골에 있는 병원에서는 본 적이 없었던 터라, 주사바늘을 팔목에 꽂고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아이는 마냥 신기했다.

“동생도 보고 싶고, 친구들도 보고 싶어요. 집에 빨리 돌아가서 학교도 가고 싶어요. 여기에 오래 있으면 학교 공부 뒤처지잖아요.”
새롭고 궁금한 일이 날마다 생겨도, 병원에 있는 의사와 간호사 선생님이 아무리 친절하게 대해줘도 구마랄에게 이곳은 이내 지루한 공간이다. 친구들과 모여 재잘거리고 함께 공부하는 걸 제일로 좋아하는 아이에게 이곳은 말도 안 통하고 갑갑한 병원일 뿐이다. 아이에게 병원이 놀이터가 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없는 살림에도 오붓했던 가족 연이어 닥친 불행



구마랄는 울란바토르에서 1시간 여 차를 타고 들어가는 시골에서 홀어머니와 다섯 살 어린 동생과 함께 살았다. 방 한 칸에 부엌이 딸린 빈한 보금자리는 겨울철 난방은 고사하고 외투를 입고 생활해야 할 정도로 오래되고 헐거운 아파트다. 우리나라 돈 70만원으로 짓는다는 몽골의 전통가옥 게르보다 못한 집이지만 구마랄은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내일이라도 당장 돌아가고 싶어 안달이다.

식당 일을 하던 구마랄의 어머니는 지난 3월에 군부대 교환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하루 24시간을 꼬박 전화기 앞에 매달려 있어야 한다. 하루 일하고 이틀 쉬면서 우리나라 돈으로 월 4만원을 받는다. 몽골에서도 최저 수준이다. 구마랄의 아버지는 광부였다. 5년 전 탄광이 무너져 목숨을 잃었다. 구마랄의 몸에서 악성종양이 발견된 시기가 1999년 10월경이었으니, 구마랄이 암과 싸우는 동안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가 가족의 곁을 떠났다.

요즘 아침식사를 거르는 일이 잦아진 구마랄은 방사선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식욕이 떨어졌다. 연일 속이 메스껍다. 악성 종양을 분해하기 위해 쏘는 방사선이 위나 신경조직처럼 몸 안의 다른 부위에 충격을 줘 아이는 벌써부터 지쳐가고 있다.



구마랄 담당의사 소아과 서원석 교수는 “대개 종양이 한 덩어리로 붙어 있는데 구마랄의 경우 대동맥 주위로 종양이 더덕더덕 붙어있고 혈관이 미세하게 갈라지는 부위까지 감싸고 있다”며 “혈관 하나라도 잘못 건드리면 돌이킬 수 없어, 한 달 정도 방사선 치료를 하면서 두세 달 후에나 수술 여부를 결정짓게 된다”고 설명했다.
구마랄은 복부에 퍼져 있는 종양을 다 떼어 내지 않으면 “아주 안 좋은 상태에 다다를 수 있다”는 말을 어머니는 의사로부터 전해 들었다.

“제 마음이야 아파도 괜찮지만 아이 생각하면 더 안됐죠… 매일 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하는데 병원에 있어야 하니….”

구마랄과 어머니는 기약 없이 한국에 머물러 있을 수도 없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앞으로 한달이 될지, 1년이 될지 모를 방사선 치료며 수술비와 항암치료에 들어갈 천문학적인 돈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죽어가는 자식 버릴 수 없으니 살려보자고 찾아온 이역 땅, 어머니는 못 먹고 못 살았던 대한민국의 부모 세대가 가진 한처럼, 구마랄을 건강하게 키워 마음 편히 공부 하나 제대로 시키는 게 소원이다. 어머니가 가진 소중한 재산은 아이이기 때문이다.

“통역사가 되고 싶어요. 여러 나라 말을 배우는 게 재미있기도 하지만 우리나라를 알리고 싶어요. 저도 가본 적은 없지만 여름에도 눈이 하얗게 쌓인 아름다운 산이 있는데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

아이의 눈을 홀릴 만큼 아름다운 산의 이름은 바얀산맥. 몽골인들에게는 삶의 젖줄을 가르는 험준한 장벽이다. 그 산맥을 경계로 여름과 겨울이 나뉘니 유목민들은 영하의 추위와 눈발을 헤치고 초원으로 향한다. 살기 위해 죽음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지금, 어린 구마랄은 바얀산맥의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

 

 

 

 

구마랄, 오람 쩌르기테 바이가레! (구마랄, 용기를 가져라!)”

 

  

 

 

        
                           

출처 : 서울검객 아리랑
글쓴이 : 서울검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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