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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샹송*칸쏘네-

[스크랩] 닥터..지바고





라라를 사랑한 세 남자가 보여 준 세상을 바라보는 세 가지 시각

영화의 힘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보리스 파스테르나크(1890~1960)의 원작에서 나온다. 혁명은 무엇인지, 과연 그 혁명은 정당했는지, 그 혁명에 짓눌린 한 여인의 사랑과 절망은 무엇인지 천착한다. 그의 소설은 러시아 혁명에 대한 은밀하지만, 통렬한 고발이었다.


혁명에 짓밟힌 인간 군상

영화 「닥터 지바고」 DVD를 최근에 구해서 보았다.
세상이 급변하고 있고, 우리 사회의 이념과 가치관이 어느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혁명 속의 인간이라는 주제를 천착한 「닥터 지바고」를 다시 한번 보고 싶었다.

1917년에 일어난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을 다룬 이 영화는 전쟁과 평화, 정의와 불의, 사랑과 절망을 여자의 일생을 통해 입체적으로 다루었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아, 노벨 문학상은 아무나 받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힘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보리스 파스테르나크(1890~1960)의 원작에서 나온다. 소련의 작가였던 그는 혁명의 수레바퀴에 짓눌려 스러져 가는 인간 군상을 정밀하게 추적한다.

혁명은 무엇인지, 과연 그 혁명은 정당했는지, 그 혁명에 짓눌린 한 여인의 사랑과 절망은 무엇인지 천착한다. 그의 소설은 러시아 혁명에 대한 은밀하지만, 통렬한 고발이었다.

엄격한 소련의 공산 통제체제하에서 이런 고발이 가능했다는 것이 놀랍기만하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노벨 문학상 후보 지명을 거절했다.

「나의 작품이 조국에 대한 고발로 이해되는 것이 싫다」는 이유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미국서 2003년 제작한 TV 미니시리즈

내가 빌려 온 「닥터 지바고」는 2003년 미국에서 TV 미니시리즈용으로 만든 것이었다. 당연히 1965년판 오리지널 영화인 줄 알고 집으로 가져왔던 나는 TV 미니시리즈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그날 처음 알았다.

「내 젊은 영혼을 사로잡았던 1965년판 영화를 감히 흉내라도 냈을까」 주저하는 마음으로 DVD를 돌렸다. 오리지널에 전혀 손색이 없는 명작품이었다.


두 편 모두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원작 소설을 드라마로 만들었다.
데이비드 린 감독의 오리지널판은 주인공 「유리 지바고」의 이복형제인 「에브그라프 지바고」가 「유리」와 「라라」의 사이에서 난 딸에게 前 세대가 겪은 혁명의 일대기를 얘기해 주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리메이크판에서는 이복형제는 등장하지도 않거니와 성별도 딸이 아니고 아들이다. 내용의 짜임새는 리메이크 버전이 더 탄탄해 보인다.
1897년 제정 러시아 시대, 어느 시베리아 철도를 배경으로 얘기는 시작된다. 내 경험으로 볼 때 기차와 말이 등장하는 영화 치고 재미없는 작품이 없다.


어린 유리 지바고는 아버지가, 고문 변호사인 「코마로프스키」에게서 완전 파산했다는 통고를 듣고 비관한 나머지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을 목격한다.
장례식에 온 코마로프스키는 유족들로부터 파산의 원흉으로 배척된다. 고아가 된 지바고를 엄마의 친구인 안나가 데려가 모스크바의 저택에서 양육한다.

안나는 모스크바 대학 교수인 그로미코와의 사이에 딸 토냐를 두고 있고, 지바고는 토냐와 함께 더없이 행복하게 성장한다. 유능한 의사로 자란 지바고는 틈틈이 詩(시)를 쓰는 사려깊고 심오한 청년이다.
한편, 프랑스에서 이민 온 과부 아말리아는 작은 의류공장을 운영하면서, 여고생인 딸 라라와 함께 살고 있었다. 모스크바의 政界(정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수완 좋은 코마로프스키는, 돌봐주겠다는 핑계를 내걸고 아말리아와 깊은 관계에 있으면서도 아름답고 관능적인 라라를 유혹한다. 착하고 순박한 라라는 사춘기 처녀의 허영심과 호기심에 잠시 농락당하지만 곧 죄의식을 가지게 된다. 아말리아가 음독한 날, 지바고는 지도교수를 따라가 그녀를 응급 치료하다가 라라와 코마로프스키의 부도덕한 관계를 알게 된다.


반란과 혁명의 그림자
혁명의 시작.

1910년대 들어 유럽은 전쟁의 기운이 고조되고 모스크바에는 반란과 혁명의 그림자가 서서히 다가온다. 거리에는 「개혁」·「평화」·「자유」를 선동하는 삐라(전단)가 뿌려지고 군중들은 산만하게 여기저기 집회를 열곤 한다.
라라는 공산주의 혁명의식을 가진 똑똑한 청년 파샤와 약혼한 사이다. 사회가 어수선하던 어느 날 기마 경비대는 평화적인 군중집회를 총과 칼로 무자비하게 진압한다. 파샤도 부상을 입고 라라의 집에 피신하여 권총을 맡긴다.


크리스마스 이브, 연회장을 찾아간 라라는 코마로프스키를 권총으로 쏜다. 그러나 빗맞아 다른 인사가 총상을 입자, 마침 그 파티에 와 있던 의사 지바고가 응급조치를 한다. 코마로프스키와 지바고의 끈질긴 악연은 이처럼 계속된다.
유럽은 제1차 세계대전에 휘말리고 러시아는 노동자·농민의 군대를 조직해 참전한다. 이 군대는 이후 볼셰비키의 지령에 따라 제정 러시아 체제를 무너뜨린다.
라라는 코마로프스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파샤와 결혼하여 우랄산맥의 작은 도시 유리아틴에 교사직을 얻어 떠난다. 이상주의자인 파샤는 라라와의 사랑과 순수성에 대해 회의하고 번민하다가 결국 전쟁에 지원해 떠나 버린다.


운명적인 만남

한편, 지바고 역시 아름답고 순종적인 토냐와 더할 수 없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다가 군의관으로 전선에 나가게 된다. 지바고는 生(생)과 死(사)의 전쟁터에서 소식이 끊긴 남편 파샤를 찾아 나선 라라를 운명적으로 다시 만난다.
두 사람은 군의관과 종군 간호사로 함께 일하면서 순수하고 숭고한 사랑을 하게 된다. 1918년 終戰(종전)이 되어 모스크바에 돌아와 보니 세상은 완전히 바뀌고 있었다. 제정 러시아는 끝나고 볼셰비키 공산당 정부가 들어서 기존 질서의 붕괴와 새로운 질서의 개혁작업이 살벌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전염병이 돌고 경제는 극도로 빈곤한 가운데, 지바고 가족이 살던 저택은 여섯 가구가 사는 공동주택으로 바뀌었고, 지바고는 반동분자로 감시 대상이 된다.
다가올 숙청과 기아를 피하기 위해 지바고 가족은 우랄산맥의 바리키노 별장으로 옮긴다. 바리키노는 라라가 살고 있는 유리아틴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모스크바에서 바리키노로 이동하는 시베리아 열차 속에서의 고통도 견디기 어려웠지만, 아직도 교전 중인 백군과 적군 간의 전투와 치안상태의 불안으로 농촌마을과 백성들은 말로 할 수 없는 참혹한 살상과 고난을 겪고 있었다.


시베리아 적군 사령관으로 변신한 파샤는 무자비한 혁명가로서 공포의 대명사가 되어 악명을 날리고 있었다.
농촌생활에 적응하며 조용히 詩 쓰는 일에서 生의 의미를 찾던 지바고는 어느날 유리아틴의 도서관에서 우연히 라라를 발견한다.
라라와 토냐 사이에서 이중생활을 하던 지바고는 헌신적인 아내 토냐가 만삭이 되어 출산이 임박하자, 라라와의 관계를 청산하기 위해 유리아틴에 나갔다가 귀가 도중 숲 속에서 빨치산들에게 납치된다. 2년 만에 겨우 빠져나와 시베리아 설원을 걸어 빈사상태로 집에 돌아 오지만, 착한 토냐는 라라에 대한 지바고의 깊은 사랑을 이해하고 모스크바로 이미 떠난 뒤였다.

지바고와 라라가 유리아틴에서 모처럼 안정을 되찾을 무렵, 그들 앞에 사악한 코마로프스키가 다시 나타난다. 그는 새 혁명정부에서도 변함 없이 출세하여 블라디보스토크 지역의 법무상이 되어 부임해 가는 도중에 옛 애인을 데리러 온 것이다.
피할 수 없는 협박과 회유에 결국 라라는 그를 따라갈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라라는 이미 지바고의 아이를 가지고 있었다. 이것으로 지바고와 라라 두 사람의 관계는 영원히 단절되고 만다.


러시아 혁명기를 살아간 어느 지식인의 삶

세월이 흘러 수년 후 모스크바 어느 식당, 늙고 쇠약해진 지바고는 우연히 창 밖을 보다가 길을 걷고 있는 라라 母子(모자)를 보게 되어 급히 뛰어 나가다가 심장마비로 쓰러진다.
장례식이 있던 날, 라라는 아들을 홀로 남겨 둔 채 비밀경찰에 끌려가 행방이 묘연하게 된다. 그리고 그 후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어느 수용소에서 이름도 없이 기록도 없이 숨졌을 것으로 추정될 뿐….
「닥터 지바고」는 러시아 혁명기를 살아간 어느 지식인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그린 작품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정의로운 명분을 내걸고 시원한 미풍처럼 시작되는 혁명에 처음에는 다들 반기지만 곧 광풍에 휘말려 대다수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과 인생은 뒤집어지게 된다.


극중에서 『독일과의 전쟁은 독일 부르주아와 러시아 프롤레타리아 간의 계급전쟁』이라고 정의했듯이 혁명이 진행되면서 러시아 내부도 차르와 레닌, 우파와 좌파, 귀족과 평민, 지주와 농민 사이의 처참한 살육전이 계속 이어진다.

교활한 코마로프스키는 지바고와 라라에게 말한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어. 속물스럽지만 빨리 적응하는 자와 고상한 척하는 자. 세상 사람들은 너희처럼 고상한 자들을 속으론 좋아하지 않아』

급진적 이상주의자 파샤는 인간사회의 불평등과 코마로프스키 같은 인간들의 패륜을 증오하면서 세상을 바꿔 놓겠다고 극단주의로 치닫는다. 하지만 여전히 코마로프스키는 건재할 뿐이며, 오히려 혁명과는 거리가 먼 다수의 백성들이 아무런 죄 없이 희생되는 것이다.

라라의 세 남자, 지바고·파샤·코마로프스키가 한 여자를 놓고 보여 주는 차이점은 무엇일까. 지바고와 파샤는 인생의 꿈과 이상을 지닌 형이상학적 타입이고, 반대로 코마로프스키는 속물적 기질의 형이하학적 타입이다.


그러면 지바고와 파샤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지바고는 라라의 과거와 상처를 알기에 더욱 껴안아 줄 수 있는 휴머니스트이지만, 파샤는 라라의 과거를 끝내 용납하지 못한다.
같은 이상주의자라도 지바고는 모든 일에 순응하고 이를 詩로써 승화시킬 줄 알지만, 파샤는 극단의 방식으로 해결해 나간다. 지바고는 혁명 대열에 휩쓸리지 않지만, 파샤는 혁명의 선봉에 서게 되고 코마로프스키 같은 거짓과 위선의 탈을 쓴 속물들의 희생양이 되는 것이다.

닥터 지바고에게 공산당은 강요한다.
『티푸스 전염병이 돌고 있다고 말하지 마라. 그건 국가 비밀이니까』

예나 지금이나 정치는 기만과 허위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
그래도 최소한의 진실은 있어야 국가든 개인이든 생명력을 가진다. 과거에 공산혁명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가 무너진 정치권력들을 보면 이들은 최소한의 진실도 없으려니와 혁명 그 자체도 허구임이 드러난다.

東獨(동독)이 붕괴되기 직전, 호네커 서기장은 허위보고에 휘둘려 정국의 상황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가, 스타지(비밀경찰) 총수로부터 비밀리에 조사한 경제 실상을 보고 받은 뒤에야, 외채의 이자조차 상환할 능력이 없음을 알게 된다.
이때부터 東獨 정권 내부는 급속히 붕괴하기 시작해 결국은 독일 통일로 이어졌다. 소련 역시 독일이 통일된 이듬해에 무너지고 말았다.


인간의 본성·전쟁·혁명·운명 등

영화 「닥터 지바고」는 물론 지바고와 라라의 사랑 이야기이다. 그리고 인간의 본성·전쟁·혁명·운명·결혼 등에 대해서도 깊은 성찰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저분할 것 같은 부도덕한 사랑 이야기를 어쩌면 이렇게도 아름답게 승화시킬 수 있을까.
「닥터 지바고」 오리지널판의 빛나는 스태프와 캐스트들, 데이비드드 린 감독, 알렉 기네스, 로드 스타이거 등은 이미 고인이 되었다. 줄리 크리스티(라라 役)는 65세, 오마 샤리프(지바고 役)는 74세의 노년이 되었다.


리메이크판의 라라 役은 「오만과 편견」에서 호연한 키이라 나이틀리인데 역시 줄리의 카리스마와 정염의 수준엔 못 미쳤고, 오히려 토냐 役의 알렉산드라 마리아가 더 돋보였다.
출연 당시 키이라는 극중 라라의 나이와 동갑인 17세였고, 줄리는 1941년생으로 23세였다. 지바고 役의 한스 모테슨은 오마 샤리프 못지않은 연기의 깊이를 보여 준다.
 
 
Various Artists - Somewhere My Love
 
출처 : ♡스위스쮜리히대학원♡
글쓴이 : 베른대학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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