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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것저것-

불타버린 600년...

숭례문에 울린 `진혼 비나리`
사물놀이 원년멤버들 상여행렬ㆍ연주

17일 숭례문 화재현장에서 사물놀이패가 추모제를 올리고 있다.
"숭례문(남대문)아, 잘 가거라~."

김덕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애달픈 소리에 징 장구 북 꽹과리도 덩달아 서럽게 울었다. 이 소리에 맞춰 최종실 씨는 씻김굿 춤사위로 숭례문 넋을 떠나 보냈다.

사물놀이 원년 멤버인 김덕수 최종실 이광수 남기문 씨가 17일 오전 화재로 전소된 숭례문 앞에서 상복을 차려입고 숭례문을 기리는 진혼 비나리를 연주했다.

매서운 겨울 바람이 부는 가운데 비통한 표정으로 나타난 이들은 고은 시인의 시 `남대문 폐허를 곡함` 등 내용이 담긴 곡을 한 후 사물놀이 연주를 시작했다.

숭례문에서 50m 떨어진 곳에서 무거운 발걸음을 뗀 상여 행렬은 숭례문 사진이 설치된 제단 앞까지 계속됐다. 구경하던 시민들도 그 뒤를 따랐다. 이날 30여 분간 진행된 연주곡은 불타버린 국보 1호 숭례문 넋을 기리는 진혼 비나리. 비나리는 원래 사물놀이에서 관객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며 그 시작을 여는 곡이지만 이날은 특별히 죽은 자의 혼을 위로하는 진혼곡과 씻김굿, 살풀이 등을 담았다.

이광수 씨는 "숭례문 원혼을 달래고 소중한 문화유산을 잃은 국민들 아픔을 위로하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며 "앞으로 더 큰 일이 닥쳐도 헤쳐나갈 수 있도록 힘을 주고 싶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사물놀이는 한국관광공사 `스파클링 코리아` 홍보 동영상에 비보이와 함께 숭례문 앞에서 공연하는 모습으로 소개됐을 정도로 이곳과 인연이 깊다.

김덕수 씨는 "숭례문처럼 우리 전통문화재는 그동안 무참하게 외면받아 왔다"며 "숭례문이 불타야 나라와 국민이 정신을 차리는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오늘 상을 치른 이유는 울고 끝내자는 것이 아니라 숭례문 화재를 교훈 삼아 미래를 준비하자는 뜻"이라며 "숭례문이 살신성인 정신으로 보여준 깨달음을 잊지 말자"고 강조했다.

화재 후 허술한 문화재 관리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공연한 이들은 전통문화에 관심을 갖고 체계적인 유ㆍ무형 문화재 관리 방안을 마련할 것을 호소했다.

사실 사물놀이도 그동안 많이 홀대를 받아왔다. 30년밖에 안 되는 역사에도 불구하고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인에게 사랑을 받으며http://pie.daum.net/p/flash/puzzle/badge.swf?servtype=pie&servid=sc9lUP5W0KE. 성장했지만 상대적으로 국내에서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전지현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