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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기사모음-

'미화원 선물 프로젝트' 어느 여대생의 훈훈한 선행

[머니투데이 이진호기자][이화여대 이혜리씨 등, 미화원들에 '작은 감사의 선물' 실천]

열흘도 채 남지 않은 2014년,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고 그 동안 소홀했던 지인들을 만나며 다사다난했던 올해를 정리하는 시기다. 대학도 마찬가지. 겨울방학을 맞아 계절학기를 듣거나 도서관을 찾는 학생들을 제외하곤 교직원들과 교내 미화원 등 일부만이 캠퍼스를 지키며 새해를 기다린다.

↑ 여대생의 진심어린 선물이 학내 미화원들의 가슴을 울렸다. 사진은 선물한 신발상자와 동봉된 손편지. /사진=이진호 기자

교내 미화원의 경우 비교적 한산한 시기로 한숨을 돌렸지만 여전히 마음 한켠은 시리다. 예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해도 아직까지 열악한 처우나 사회적 시선 등 여러가지 장애물이 미화원들의 가슴을 춥게 만든다.

21살 여대생은 이 점에 착안, 연말을 맞아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학생들을 위해 열심히 뛰는 미화원들을 보며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크리스마스 미화원 어머님 선물 프로젝트'를 구성해 8명의 미화원에게 선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 이화여대 기독교학과에 재학하는 이혜리씨(21) /사진제공=이혜리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이화여대 기독교학과에 재학하는 이혜리씨(21·사진). 이 씨는 그가 주로 강의를 듣는 교내 학관의 미화원 어머니들에게 항상 마음이 쓰였다. 그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이들에게 감사선물을 드리기로 결정하고 품목은 신발로 결정했다. 학교를 분주히 오가야 하는 미화원들에게 따뜻한 신발이야말로 안성맞춤이라 생각했던 것.

그는 "어느날 우연히 휴지통에 음료수캔을 버리는데 미화원 어머니가 '감사해요'라고 인사를 하셨어요. 그때 '아 이분들이 우리를 그냥 지나치는 학생이 아니라 정말 딸처럼 생각하시는구나'라고 느꼈어요."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지난 11월 중순, 학과나 동아리 등 다른 이의 도움을 받지 않고 교내 커뮤니티 '이화이언'에 직접 글을 올리고 함께 할 이를 모집했다. 본래 교우들과 함께 벼룩시장을 열고, 그곳에서 나온 수익을 통해 신발을 구입해 선물할 생각이었지만 추운 날씨로 생각과 달리 많은 이들이 모이지 않았고, 결국 모금을 통해 선물을 구입했다. 이 씨의 취지에 공감한 동문들이 적게는 1200원에서 많게는 3만원까지 십시일반으로 정성을 보탰다. 그는 오해를 막기 위해 계좌 영수증을 투명히 공개하고, 진행상황을 이화이언에 꼼꼼히 알렸다.

또한 손편지도 작성했다. 편지에 적을 메시지는 이화이언의 댓글로 받았다. 그는 "졸업생 언니들이 많은 메시지를 남겼다"며 "택배는 동문 언니가 받아주고 신발 선택은 이화여대 학생이라고만 밝힌 고마운 분이 골라주었다"고 말했다. 혼자서 시작한 선행에 어느덧 많은 이들이 동참한 것이다.

선물은 26일 오전 전달됐다. 후문에 위치한 학관 5층 청소노동자들의 보금자리에서 전달된 선물에 미화원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휴게실에 들어서자 미화원들은 버선발로 이 씨를 반기며 손을 맞잡았다. 좁은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이들은 비록 몸은 추울 지언정 마음은 누구보다 따뜻해 보였다. 이혜리씨는 "처음에는 미화원 어머님들이 선물받기를 한사코 거절하셨다"며 "마음만 받겠다고 재차 말씀하시길래 감사한 마음으로 드리는 선물이라고 설득해 이렇게 찾아뵐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이씨가 미화원들에게 선물한 신발. 미화원들은 연신 신발을 어루만지며 소녀처럼 기뻐했다. /사진=이진호 기자

곱게 포장된 신발을 받은 미화원들은 눈물을 글썽거렸다. 몇 명은 이혜리씨를 두 팔로 감싸 안기도 했다. 한 미화원은 "그동안 감사했다며 인사하는 졸업생들은 종종 있었지만 이렇게 좋은 선물을 해준 학생은 처음"이라며 "열심히 공부해주는 것만으로도 기특한데 이토록 우리를 생각해주니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다른 미화원은 신발 상자에 붙어있던 편지를 신발끈에 묶으며 "자랑하고 싶어서"라고 웃어 보였다.

이 씨는 "처음 계획 당시에는 학교 전체의 미화원들에게 핫팩 같은 선물을 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벤트로 뿌리는 일괄적인 선물이 아니라 적은 수량이라도 직접 만나 전해드리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고 프로젝트의 목적을 밝혔다.

이어 "앞으로 밥도 같이 먹고 항상 친하게 지내고 싶다"며 "힘들고 고되시겠지만 우리 학생들은 언제나 어머니들 편이라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한다"고 환하게 웃음지었다.

배려는 먼 곳이 아니라 주변을 둘러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자칫 지나치기 쉬운 곳을 바라보고 그들의 마음에 공감하는 것, 요즘 대학생들이 이기적이라는 말은 이 씨의 선행 앞에서 단번에 씻겨 나간 듯 했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에 여러 사람의 손과 발이 모이면 현실이 되더라고요.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또 해보고 싶어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돼서 항상 사랑을 실천하고 싶습니다."

머니투데이 이진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