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가자 세계로-

미국 한국전참전용사재단, 美기업 무관심에 자금난

한국기업 후원에만 의존…"또다시 잊힌 전쟁"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미국 워싱턴 내셔널 몰에 19명의 용사를 형상화한 조형물인 한국전참전용사기념비는 미국에 있는 전쟁기념 조형물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조형물로 꼽힌다.

해마다 수백만 명의 관람객이 찾는 이 기념비를 관리하는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이 미국 기업들의 무관심 속에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예비역 대령인 윌리엄 웨버 재단 이사장은 NYT에 "미국기업들은 한국전쟁을 잊었다"며 "500만 달러(약 57억 8천만 원)를 마련하기 위한 모금 활동에 어떤 미국 기업도 기여한 바 없다"고 한탄했다.

그나마 재단을 지탱해주는 것은 한국기업의 후원이다.

지난달 중순 삼성전자가 재단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고, 현대차는 지난 7월 기념비 설립 20주년을 기념하는 한 행사를 위해 2만 달러 이상을 쾌척했다.

웨버 이사장은 "참전용사들이 한국에 가면 신과 같은 존경을 받는다"며 "한국인들은 그들의 자유가 우리가 전쟁에서 싸운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사람들은 전쟁이나 참전용사와 관련해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참전용사들은 그들의 헌신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미국에 거주하며 한국전 참전용사로부터 구술 자료 등을 수집하는 한종우 한국전쟁유업재단 이사장도 "고등학교 다니는 두 딸이 배우는 역사책에 한국전 이야기가 거의 없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대개 한 단락뿐이고 그마저도 매우 건조한 서술"이라고 말했다.

NYT는 다른 참전용사기념재단에 비해서도 한국전참전용사재단이 겪는 자금난이 두드러진다고 말한다.

베트남참전용사기념기금은 교육센터 건립을 위해 한국과 호주 정부를 비롯한 해외 후원자뿐만 아니라 타임워너나 코카콜라 등 미국 기업에서도 상당한 후원을 받았다.

2차대전 기념전우회도 아직 정식 모금 캠페인을 개시하지 않았으나 대부분의 기존 후원자들이 미국 기업들이다.

'잊힌 전쟁'으로 불리는 한국전쟁이 미국 내에서 유독 후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자금난 탓에 기념비 보수는 물론 신규 사업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은 한국전에서 목숨을 잃거나 부상한 장병들의 이름을 새긴 '추모의 벽'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관련 예산이 두 차례나 의회에서 부결됐다.

올해만큼은 예산이 통과되길 바란다는 웨버 이사장은 "전쟁에 희생된 미군들이 여전히 알려지지 못한 채 외면받고 있다는 것을 관계자들이 알아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