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22일 (금) 04:27 중앙일보
한국 대조영함에 일본 헬기 착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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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민석.박종근]
"여기는 한국 해군작전사령부(해작사) 지휘통제실입니다. 일본 해상 막료부(해막부) 상황실 나오십시오."
"여기는 일본 해상막료부입니다."
"지금 위도 33도44분, 경도 128도17분 해상(제주도 동쪽 120㎞)에서 한국 상선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귀측의 지원을 바랍니다."
동북아시아 군사질서에 미묘한 파장을 예고하는 사건이 20일 한.일 중간 해역에서 벌어졌다.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군함.해상초계기가 해상에서 실제 상황을 방불케 하는 입체적인 공동수색구조훈련(SAREX.Search and Rescue Exercise)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이번이 1999년 이후 다섯 번째지만 최대 규모다. 해군 합동훈련은 군의 특성상 군사정보 교환과 지휘통제 교류가 긴밀해야 한다. 그래서 이 훈련은 동북아에서 한.중.일과 미국 사이 해양 질서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경남 진해에 위치한 해작사가 이날 오후 일본 해막부에 직통 전화를 건 것은 제주도와 일본 사세보의 중간 지점에서 조난당한 우리 상선을 구조하는 데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한국 해군의 요청을 받은 일본 해막부는 즉각 사고 해상 부근으로 군함과 P-3C 해상초계기를 투입했다. 양국 해군의 이번 훈련은 오후 2시 조난 선박이 송신한 구조신호를 경계임무를 수행 중이던 광개토대왕함(KDX-Ⅰ.3800t)이 수신하면서 시작됐다.
조난 선박 역할을 한 해군 상륙함(LST) 향로봉함(4200t)은 "불이야. 불이야. 화재가 발생했다"는 내용의 긴급 구조를 상선 통신망으로 발신했다. 조난 위치는 해상 경계활동을 하던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으로부터는 20㎞가량 떨어진 곳이다.
조난 선박 주변에 해양경찰은 한 척도 없었다. 광개토대왕함이 구조에 직접 나서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광개토대왕함은 즉각 진해 해작사에 상황 보고했다.
한.일 해군 간 직통전화가 가동되고 사고 해역 부근에 있던 광개토대왕함을 비롯한 대조영함(KDX-Ⅱ.4800t)과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 사미다레함(5100t), 우미기리함(4200t)이 모두 투입됐다. 양측은 먼저 조난 선박과 물에 빠진 조난자를 수색하기 위해 해상초계기 P-3C를 띄웠다.
일본 해상자위대에 소속된 흰색 P-3C 한 척이 조난 선박과 조난자 2명을 발견했다고 한국의 대조영함에 보고했다.
육안으로 15㎞ 이상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맑은 날이었다. 파고는 1m 이하로 잔잔했다. 조난 위치가 확인되자 한.일 군함은 곧바로 구명정과 초계 헬기를 보냈다.
선박에선 불길이 치솟고 있었고, 바다 위엔 조난자가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명 구조가 먼저였다. 헬기가 해상 5m 가까이 접근해 구조용 침상과 밧줄을 내려 물에 빠진 민간인을 인양하는 데 성공했다.
인명 구조가 1시간 만에 완료되자 광개토대왕함과 일본 우미기리함은 조난 선박의 화재 진화에 나섰다. 두 함정은 최대 속력(30노트)으로 달려가 10개의 대형 호스로 40m의 물기둥을 뿜었다.
한.일 해군이 SAREX를 한 수역은 1905년 러일전쟁의 승패를 결정한 쓰시마 해전이 시작된 곳이다. 당시 로젠스트벤스키가 이끄는 러시아 발틱함대는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이곳 훈련 장소를 거쳐 쓰시마섬과 일본 사이를 지나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려고 했다. 이를 기다리던 러일전쟁의 영웅 도고 헤이하치로 일본 함대는 진해에서 출항, 옥포만에서 훈련을 마친 뒤 쓰시마 해협에서 발틱함대를 격파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SAREX에 참가한 한국 함정들은 도고 함대와 마찬가지로 진해에 기지를 두고 있다.
당시 언론이 도고 제독을 '영국의 넬슨이나 한국의 충무공 이순신에 비견할 만 하다'고 하자 그는 "넬슨은 몰라도 충무공과 나를 비교할 순 없다. 충무공 앞에서 나는 부사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번 훈련에선 모든 작전 지휘를 한국군 훈련분대 사령관(이경창 대령.50.해사 35기)이 맡았다. 수색구조훈련 뒤 이어진 기동훈련에서 한.일 군함 4척은 이 대령의 지휘에 따라 지상에서 열병하듯 해상에서 일렬 종대, 횡대, 사다리꼴 대형 등으로 척척 기동했다.
◆이경창 대령 작전 지휘=앞서 대조영함과 일본 사미다레함은 공해에 나란히 선 뒤 밧줄을 연결해 물품을 서로 공급하는 훈련을 했다. 이때 일본 측은 '바다의 남자(기타지마 사부로)'라는 엔가 노래를 틀어주고, 이어 한국 측은 우리 군가 '청해진 신화'와 일본 가요 '해성'을 들려 줬다. 양측은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는 부산에서 기념행사를 했다.
대조영함=김민석 군사전문기자 kimseok@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김민석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kimseok/
"여기는 한국 해군작전사령부(해작사) 지휘통제실입니다. 일본 해상 막료부(해막부) 상황실 나오십시오."
"여기는 일본 해상막료부입니다."
"지금 위도 33도44분, 경도 128도17분 해상(제주도 동쪽 120㎞)에서 한국 상선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귀측의 지원을 바랍니다."
동북아시아 군사질서에 미묘한 파장을 예고하는 사건이 20일 한.일 중간 해역에서 벌어졌다.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군함.해상초계기가 해상에서 실제 상황을 방불케 하는 입체적인 공동수색구조훈련(SAREX.Search and Rescue Exercise)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이번이 1999년 이후 다섯 번째지만 최대 규모다. 해군 합동훈련은 군의 특성상 군사정보 교환과 지휘통제 교류가 긴밀해야 한다. 그래서 이 훈련은 동북아에서 한.중.일과 미국 사이 해양 질서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경남 진해에 위치한 해작사가 이날 오후 일본 해막부에 직통 전화를 건 것은 제주도와 일본 사세보의 중간 지점에서 조난당한 우리 상선을 구조하는 데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한국 해군의 요청을 받은 일본 해막부는 즉각 사고 해상 부근으로 군함과 P-3C 해상초계기를 투입했다. 양국 해군의 이번 훈련은 오후 2시 조난 선박이 송신한 구조신호를 경계임무를 수행 중이던 광개토대왕함(KDX-Ⅰ.3800t)이 수신하면서 시작됐다.
조난 선박 역할을 한 해군 상륙함(LST) 향로봉함(4200t)은 "불이야. 불이야. 화재가 발생했다"는 내용의 긴급 구조를 상선 통신망으로 발신했다. 조난 위치는 해상 경계활동을 하던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으로부터는 20㎞가량 떨어진 곳이다.
조난 선박 주변에 해양경찰은 한 척도 없었다. 광개토대왕함이 구조에 직접 나서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광개토대왕함은 즉각 진해 해작사에 상황 보고했다.
한.일 해군 간 직통전화가 가동되고 사고 해역 부근에 있던 광개토대왕함을 비롯한 대조영함(KDX-Ⅱ.4800t)과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 사미다레함(5100t), 우미기리함(4200t)이 모두 투입됐다. 양측은 먼저 조난 선박과 물에 빠진 조난자를 수색하기 위해 해상초계기 P-3C를 띄웠다.
일본 해상자위대에 소속된 흰색 P-3C 한 척이 조난 선박과 조난자 2명을 발견했다고 한국의 대조영함에 보고했다.
육안으로 15㎞ 이상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맑은 날이었다. 파고는 1m 이하로 잔잔했다. 조난 위치가 확인되자 한.일 군함은 곧바로 구명정과 초계 헬기를 보냈다.
선박에선 불길이 치솟고 있었고, 바다 위엔 조난자가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명 구조가 먼저였다. 헬기가 해상 5m 가까이 접근해 구조용 침상과 밧줄을 내려 물에 빠진 민간인을 인양하는 데 성공했다.
인명 구조가 1시간 만에 완료되자 광개토대왕함과 일본 우미기리함은 조난 선박의 화재 진화에 나섰다. 두 함정은 최대 속력(30노트)으로 달려가 10개의 대형 호스로 40m의 물기둥을 뿜었다.
한.일 해군이 SAREX를 한 수역은 1905년 러일전쟁의 승패를 결정한 쓰시마 해전이 시작된 곳이다. 당시 로젠스트벤스키가 이끄는 러시아 발틱함대는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이곳 훈련 장소를 거쳐 쓰시마섬과 일본 사이를 지나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려고 했다. 이를 기다리던 러일전쟁의 영웅 도고 헤이하치로 일본 함대는 진해에서 출항, 옥포만에서 훈련을 마친 뒤 쓰시마 해협에서 발틱함대를 격파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SAREX에 참가한 한국 함정들은 도고 함대와 마찬가지로 진해에 기지를 두고 있다.
당시 언론이 도고 제독을 '영국의 넬슨이나 한국의 충무공 이순신에 비견할 만 하다'고 하자 그는 "넬슨은 몰라도 충무공과 나를 비교할 순 없다. 충무공 앞에서 나는 부사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번 훈련에선 모든 작전 지휘를 한국군 훈련분대 사령관(이경창 대령.50.해사 35기)이 맡았다. 수색구조훈련 뒤 이어진 기동훈련에서 한.일 군함 4척은 이 대령의 지휘에 따라 지상에서 열병하듯 해상에서 일렬 종대, 횡대, 사다리꼴 대형 등으로 척척 기동했다.
◆이경창 대령 작전 지휘=앞서 대조영함과 일본 사미다레함은 공해에 나란히 선 뒤 밧줄을 연결해 물품을 서로 공급하는 훈련을 했다. 이때 일본 측은 '바다의 남자(기타지마 사부로)'라는 엔가 노래를 틀어주고, 이어 한국 측은 우리 군가 '청해진 신화'와 일본 가요 '해성'을 들려 줬다. 양측은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는 부산에서 기념행사를 했다.
대조영함=김민석 군사전문기자 kimseok@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김민석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kim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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