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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자 세계로-

[스크랩] 실크로드에 인술 흐르고…

 
 
 
 

의료 봉사, 우물 파주기, 릴레이 헌헐… 국내외로 퍼져가는 사랑
동아대 의료봉사단 카자흐스탄서 활동 동포들도 감격의 눈물

“아드나리야 빠오치리지.”(한 줄로 서세요)

1일 오전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 알마티 시에서 차로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휴양지 이시크(ECIK) 시. 인구 6만여 명인 이곳의 유일한 병원인 이시크중앙병원 입구에 걸린 ‘대한의사협회·그린닥터스 실크로드 의료봉사단’ 플래카드 아래 주민 200여 명이 몰려들었다.
의사 6명과 간호원, 약사 등 20명으로 구성된 의료팀은 진료가 시작도 되기 전에 주민이 한꺼번에 몰린 것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난달 27일부터 사흘째 이어진 진료지만 매일 수많은 환자들이 몰려들었다.

에두아르드(59·회사원)씨는 “배에 혹이 만져지는데 암에 걸린 것이 아니냐”며 김경택(金京澤·52·부산 동아대의료원 정형외과) 교수를 붙잡고 하소연했다. 김 교수는 김대철(金大哲·38·동아대의료원 해부병리과) 교수와 팀을 이뤄 국소 마취를 한 뒤 종양 제거 수술을 했다. “다행히 암까지 발전하지는 않았지만 위험할 수 있어 떼냈습니다.” 김 교수의 설명에 에두아르드씨는 “쓰 바시바”(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다리를 절룩거리며 형수의 부축을 받고 들어온 미샤(44)씨는 대뜸 깁스부터 해달라고 졸랐다. 작년 5월에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가 부러졌지만, 깁스조차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는 것. 김 교수는 “제대로 치료를 못해 수술을 다시 해야 하지만 우리가 가져온 장비로는 할 수가 없다”며 한숨지었다.

이곳 병원은 사회주의 국가답게 무료로 운영되지만 병원에는 시설이 엑스레이가 전부일 정도로 열악했다. 특히 의사들도 평범한 회사원의 월급 수준인 200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주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실크로드 길을 따라 먼 길 찾아온 한국 의료진들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카자흐스탄에는 우리 동포인 고려인이 12만여 명이나 된다. 이시크 시에는 고려인이 거의 살고 있지 않았지만, 한국인 의사들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멀리서 찾아오는 이들이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69년 전에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되어 왔다는 이엘리나(81)씨는 알마티 시에서 찾아왔다. 왼쪽 겨드랑에 혹이 있었지만 병원을 한 번도 찾지 못했다는 그는 마취한 뒤 작은 종양을 떼는 간단한 수술을 받았다. 그는 연방 “동포 선생님들, 고맙습니다”라며 눈물을 떨구었다. 남편이 고려인이라는 아이굴(25·회사원)씨도 딸(2)과 함께 소아과 진료를 받았다. “한국인 의사들이 친절해요. 남편이 한국 사람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워요”라고 말했다.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은 안과였다. 노인들에게 돋보기를 선물하자, 서로 먼저 타려고 새치기도 불사했다. 부인과 함께 병원에 일주일간 특별 휴가를 내고 참여했다는 배문준(裵文晙·부산 서면메디칼센터 안과·51)씨는 “왜 돋보기를 안 주느냐고 항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며 안타까워했다. 배씨는 이틀 만에 준비한 돋보기 110개가 모두 동나 사흘째는 진료를 접어야 했다.

단장 김덕규(金德圭·52·동아대의료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사흘간 진료한 인원이 800여 명이 넘는다”며 “이곳 병원장이 ‘카레이스키 브라치 아틀리치나(한국인 의사 최고)’라며 내년에 다시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출처 : 왕의귀환
글쓴이 : 서울검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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