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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광장-

5년간 주말·휴가 다 포기하고 관찰했죠

 

하늘소에 '미친' 20대 젊은이 셋이 5년 동안 홍도를 포함한 우리 땅 전역과 백두산까지 올라가는 노력 끝에 다음 달 '하늘소 생태도감'을 펴낸다. 한화S & C 컴퓨터 프로그래머 장현규(29)씨, 서울대 곤충계통분류학 석박사통합과정 이승현(27)씨, 호서대 생명과학부 최웅(23)씨다. 모임 이름은 '론지코리아'(Longicorea)로, 하늘소(Longicorn)를 좋아하는 대한민국(Korea) 젊은이란 의미다.

"어릴 때부터 곤충을 좋아했어요. 표본도 많이 만들었고요. 하늘소는 사람들이 흔히 아는 장수하늘소를 포함해 국내에만 350종이나 있을 정도로 다양해요. 크기는 3㎜부터 10㎝까지, 색상도 강렬한 붉은색부터 반짝거리는 초록색, 하얀색 등 예쁘고요. 처음 발견되는 종도 계속 나오고 있어요."

이들은 2008년 '장수하늘소닷컴'이라는 인터넷 동호회에서 만나 하늘소에 대한 열정 하나로 2010년 론지코리아를 결성했다. 이후 휴가와 방학, 주말이면 전국을 돌며 하늘소를 관찰했다. 장현규씨는 "직장 다니며 1년에 50일을 하늘소 채집에 썼다"며 "'묘하게 생긴 하늘소가 있다'는 소문 하나 듣고 목포로 가 찜질방에서 잔 뒤 첫 배로 홍도에 들어가 수퍼마켓에서 빵 사 먹으며 찾아 헤맨 적도 있다"고 했다.

"중국 옌볜과 백두산에도 갔어요. 북한에서 기록된 하늘소를 남한에선 찾기 어려워 어느 기업 공모전에 응모해 백두산에 갔죠. 일주일 동안 관광은 하나도 안 하고 열 가지 북방계 하늘소를 확보했어요. 제주도에는 내륙에 없는 귀한 하늘소가 많아 한 달 동안 라면만 먹으면서 채집했어요. 설악산에서도 20일 살았고요."

하늘소 350종을 찾아내고 관찰하고 사진 찍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흔치 않은 종을 발견하기는 더더욱 어려웠다. 이렇게 5년간 노력했어도 아직 보지도 못한 종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워낙 종류가 많다 보니 기존 문헌에 없는 종을 발견하는 성과도 올렸다.

국내에서 하늘소 관련 서적 발간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7년 곤충학자 고(故) 이승모 박사가 낸 '한반도 하늘소과 갑충지'라는 도감이 있다. 당시 도감은 주로 생김새와 서식지를 다룬 반면 이번 책은 성충이 몇 월부터 나와, 어떤 꽃을 좋아하며, 알은 어디에 낳는지 등 생태 전반을 담은 것이 특징이다. 남북한 합해 지금까지 관찰된 하늘소의 99%를 정리했다고 한다.

"다음에는 유충과 번데기 시절까지 다룬, 세계에서 제일 좋은 도감을 만들 겁니다."(이승현) "사람들은 곤충을 보아도 이름을 알기가 쉽지 않잖아요. 다양한 곤충을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어요. 사람들이 생명에 좀 더 관심 갖고 환경을 소중히 여기는 데 조금의 힘이라도 됐으면 해서요."(장현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