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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광장-

불량서클 아이들 마음 연 '학교경찰관'

"동네 공원에서 불량 학생들이 애들을 무지막지하게 때리고 돈도 뺏는다고 합니다."

 지난해 10월 서울 광진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 안종옥(35) 경사는 중곡동 일대 공원에서 초·중학생들이 폭행을 당하고 금품을 뺏기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자신이 담당하던 중학교에서 학교폭력을 저지르고 전학 간 정모(15)군이 주범이었다. 3개월 남짓 수사 끝에 안 경사는 정군을 비롯한 61명이 폭력서클 '해적파'를 만들어 비행을 일삼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은 피해 학생들로부터 수백만원 상당의 물품과 돈을 뺏고 "스파링을 해보라"는 식으로 서로 싸움까지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 지난달 23일 평창으로 ‘힐링 여행’을 떠난 안종옥 경사(가운데)와 아이들. [사진 서울지방경찰청]

 안 경사는 주범 정군을 구속했다. 하지만 나머지 아이들이 문제였다. 이들은 반성은커녕 "우리는 옆에서 욕 몇 마디 한 것밖에 없다"며 거칠게 항의했다. 또 피해 학생들이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못한다는 소리도 들렸다. 안 경사는 "정군만 구속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나머지 아이들을 방치하면 더 큰 범죄자가 될 수 있겠더라"고 말했다.

 그는 올 초부터 가해 학생들을 찾아다니며 상담을 시작했다. 하지만 한번 닫힌 마음의 문은 잘 열리지 않았다. "안 경사한테 걸리면 죽는다"는 말까지 돌 만큼 아이들은 그를 무서워 했다.

 안 경사는 주말에 아이들을 데리고 등산을 갔다. 통학로 주변 낙후된 마을의 벽에 벽화를 그리는 봉사활동도 다녔다. 집으로 아이들을 데려와 밥도 해주고 생일 파티를 열어 주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계하던 아이들이 속마음을 털어놨다.

 지난달 23일 안 경사는 아이들 30여 명과 강원도 여행을 다녀왔다. 최근에는 '프렌즈'라는 야구팀도 만들었다. 안 경사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지방경찰청이 선정하는 '베스트 학교전담경찰관'에 뽑혀 19일 상을 받았다. 그는 "이제 아이들의 진짜 친구가 된 것 같다"며 웃었다.

윤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