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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광장-

청소년들의 사회참여와 봉사활동

2007년 8월 6일 (월) 10:43   오마이뉴스

뉘집 자식인지 참 잘 키웠네!~

 
[오마이뉴스 김한내 기자] 중학생이 웬 명함? 대학생도 안 갖고 있는 명함을 한참 어린 중학생이 갖고 있단다. 어떤 학생일지 궁금했다. 혹시 명함 한 장 만들어 놓고 어깨에 힘이나 주고 다니는 아이 아닐까? 만나보고 알았다. 괜한 걱정이었다. 단순히 명함 한 장에 '우쭐대는' 아이가 아니었다. 부모님께 '자식 잘 키웠네~'라는 칭찬을 듬뿍듬뿍 안겨다줄 만한 '어엿한' 학생이었다.

5일 수원 매탄고등학교 근처에서 매현중학교 3학년 홍석진 학생과 가족들을 만났다. 홍석진 학생이 미리 준비해두었던 명함을 건네주었다. 명함에는 '2007 청소년 특별회의·경기'라고 적혀있었다. 청소년특별회의는 국가청소년위원회 산하기구로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청소년 참여기구이다.

1년 임기로 8월 중순까지는 청소년들이 청소년 관련 정책을 만들고, 9~10월에는 정부관계자들과 회의를 한다. 홍석진 학생은 특히 학생회 법제화, 학생들의 학교운영위원회 참여 권한 부여와 같은 학생들의 사회참여 분야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 홍석진 학생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07 홍도의

홍석진 학생은 "아직 활동이 미미하지만 청소년들을 위해 활동하는 기구가 많다는 것을 알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가족들과 함께하면 기분이 더 좋아요"

홍석진 학생이 청소년 사회참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렸을 때부터 가족과 함께한 '자원봉사활동' 덕분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아버지 홍도의(49)씨를 따라 수원 남문 무료급식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한 지 벌써 9년이 흘렀다. 가족들 모두 틈나는 대로 함께 참여하고 있다. 오늘도 가족이 함께 봉사활동을 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홍석진 학생은 "혼자 하는 것보다 가족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면 기분이 더 좋다"며 "부모님과 동생이 지켜보니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옆에 앉아있던 어머니 이정석(44)씨는 "애들 아빠가 봉사활동으로 늘 바빠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어 아쉬웠는데 결국에는 가족들이 다 같이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 홍석진 학생이 남문무료급식센터에서 배식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2007 홍도의
수원 남문 무료급식센터에선 매주 일요일 노인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한다. 11년 동안 추석연휴가 겹친 하루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쉰 적이 없다. 매주 130명 정도의 노인들이 찾는다.

남문 무료급식센터는 지역사회와 학교, 학부모, 학생들이 함께 꾸려간다. 남문 '다솜회' 소속 상인들이 자금을 대고, 음식 장만은 어머니 봉사단 '학선회' 중심으로 이뤄진다. 홍석진 학생 아버지가 속한 '경기교육자원봉사단체협의회' 교사들이 제자들과 자녀들을 데리고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경기도청소년활동진흥센터' 소속 동아리 'Coach' 회원들은 매주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홍석진 학생은 중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Coach' 회원으로서 매주 무료급식센터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다음날이 시험이어도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안 계시기 때문에 급식센터에 오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친해지면서 더욱 이 봉사활동에 애착이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11년째 빠지지 않고 오시는 분들도 많다"며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워 급식 날만 기다렸다 도시락 통을 들고 와 음식을 싸가는 분도 있다"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처음엔 지루해도 점점 빠져드는 것이 봉사활동"

홍석진 학생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화성문화가꾸기'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화성문화가꾸기 프로그램은 화성순례와 봉사활동을 연계한 것이다. 창룡문에서 화서문에 이르는 4시간의 답사 코스를 따라 아버지는 화성에 대한 설명을 하고, 홍석진 학생과 참여자들은 환경미화활동을 한다. 또 낙서가 있는 곳이나 보수가 필요한 곳이 보이면 사진을 찍어 해당관청에 건의한다. 실제로 몇 번 고쳐진 적도 있다.

가끔씩은 홍석진 학생이 화성에 대한 설명을 하기도 한다. "아버지를 날마다 따라다니다 보니 설명을 거의 외웠어요." 어머니는 지겹고, 힘든 내색 없이 매달 아버지를 따라나서는 아들이 대견하다고 했다.

"저도 솔직히 매번 같은 설명을 들으니 가끔은 지루하기도 하죠. 가끔 학생들이 아버지 설명에 귀 기울이지 않고 딴청 부리는 것을 보면 속상해요. 그래서 나라도 없으면 아빠 혼자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매달 따라 나가는 거죠. 하하."

홍석진 학생은 중학교 1, 2학년 때는 특수 학생 도우미를 맡았다. 홍석진 학생 어머니는 "'학생들이 자폐아 친구들을 이해하지 않으려해 속상하다'며 인터넷으로 자폐아에 대해 조사하던 석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며 "자폐아 학생에게 물려 팔 전체에 멍이 들었을 때에도 물렸다는 말 한마디 안했다"고 했다.

▲ 홍석진 학생이 '화성문화가꾸기' 봉사활동에 참여해 환경정화활동을 하고 있다.
ⓒ2007 홍도의
홍석진 학생은 중학교 1학년 때 희망경기학생대상 봉사부문 경기도교육감상을 받기도 했다. 경기도에서 2명이 받았다. 어머니는 "이웃주민들이나 학교선생님들로부터 '자식 잘 키웠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다"며 아들을 자랑스러운 눈길로 쳐다보았다.

홍석진 학생의 특기는 비트박스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비트박스를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교내 비트박스 동아리 '박치기'를 만들어 현재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청소년동아리 경연대회 2007'에 중학교 팀으로는 유일하게 참가해 쟁쟁한 고등학교 팀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1등을 했다. 경연대회 후 YMCA 주최 '2007 청소년 거리축제'에 매달 참여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한다.

홍석진 학생은 앞으로는 해외봉사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아버지가 스리랑카에서 쓰나미 복구 봉사활동을 하신 적이 있어요. 저도 아버지처럼 난민구호활동, 빈민구호활동 등을 통해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

홍석진 학생은 사제가 되는 것이 꿈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려 노인복지와 청소년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사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홍석진 학생은 "학생들이 봉사활동 할 곳을 찾기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YMCA나 경기도청소년활동진흥센터와 같이 청소년 봉사활동 관련기관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처음에는 지루해도 계속 하다보면 점점 빠져드는 것이 봉사활동"이라며 "봉사의 참맛을 느끼기 전에 한두 번하고 그만두는 아이들이 많아 아쉽다"며 말을 맺었다.

/김한내 기자